아이린 창(장아이링, 張愛玲)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第一炉香(영어 제목: Love After Love)는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사상 첫 여성 감독 허안화(許鞍華)의 영화로, 2020년 9월 8일 제77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었다.

허안화 감독은 창작 동기로 상류사회 속 타락한 인간관계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익과 감정이 뒤얽힌 옛 시대의 욕망의 군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며, 2시간 동안 지난 세기의 홍콩을 여행하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해주고자 배경부터 날씨, 환경까지 당대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카모토는 허안화가 줄곧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하던 동경의 대상이었다. 사실 허안화는 1983년 칸에서 사카모토를 만났을 때 자신의 영화에 출연해 달라고 러브콜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사카모토는 "지금까지 객원으로만 몇 번 출연했을 뿐이고, 나는 음악을 하고 싶다"며 부드럽게 거절했다고 밝혔다.

36년이 흐른 뒤, 자신도 거장이 된 허안화는 직접 도쿄를 찾아가 사카모토와 대면했다. 영화를 본 사카모토는 "스토리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고 즉시 수락했고, 내용에서 자극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영화를 한층 더 빛내줄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어냈다.

드라마틱하고 섬세한 음악은 등장인물들의 운명의 우여곡절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호화로운 삶을 연출함과 동시에, 피아노와 현악기가 들려주는 침울한 선율과의 대조로 각 인물의 공허하고 고독한 내면까지 표현해 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첫 번째 중국 영화 사운드트랙으로, 제40회 홍콩영화상에서 최우수 오리지널 영화 스코어상(Best Original Film Score)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