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인 비의 흐름을 현악기로 재현해낸 'Rain' 한 곡만으로도 듣는 이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던 명반. 류이치 사카모토 영화 음악의 대표적인 작품들이기도 한 [Last Emperor], [Merry Christmas, Mr. Lawrence], [Sheltering Sky], [High Heels], [Wuthering Heights] 등등 반가운 악수를 청하는 영화들의 영상이 아귀다툼을 벌이며 머릿속을 혼란케 한다.

불협화음이 좌충우돌하던 일렉트로닉스적인 색채를 걷어낸 '1919'는 산뜻하기까지 한 모습으로 근사한 느낌을 전해준다. 초반부의 기괴함은 레닌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는 첼로의 선율은 해프닝적인 효과로 듣는 이의 감성을 교란한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어울림이 때로는 높고 강렬하게 솟아올랐다가, 다시 잔잔하고 섬세하게 줄어드는 것이 반복되는 'Rain'의 자태는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뒷뜰에서 노니는 고양이를 보며 악상을 떠올렸다는 'M.A.Y. In The Backyard'의 경쾌한 흐름은 이 앨범의 악센트 역할을 한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전위 예술가 백남준 선생에게 헌정했다는 'Tribute To N.J.P.'은 우리의 가슴을 숙연하게 한다.

현악기 연주법의 다양한 시도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적 방법론이기도 한 '퓨전'의 실천적 자세를 고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클래식적 기반에 재즈와 뉴에이지, 각국의 민족 음악을 혼합하여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는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앨범 1996은 1996년 5월 17일에 발매된 베스트 앨범으로 사카모토의 과거 작품들을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에 의한 트리오 편성으로 재녹음했다.
연주는 피아노에 사카모토, 첼로에 자크 모렐렌바움(Jaques Morelenbaum), 바이올린은 에버튼 넬슨(Everton Nelson)이 연주하는 곡이 많다(에버튼 외에 2명의 바이올리니스트 참여). 바이올린을 2곡만 담당한 데이비드 나디안(David Nadien)은 뉴욕 교향악단의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사카모토는 그가 연주하는 첫번째 소리를 들은 것만으로 기겁했다. 앨범의 타이틀은 발매년도가 1996년인 것으로부터 명명되었다. 사카모토의 앨범 중 처음으로 레코딩부터 마스터링까지 풀 디지털로 진행되어, 아날로그에 의한 작업 부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앨범은 제11회 일본 골드디스크 대상 인스트루멘탈 부문을 수상했다.

• 첫 곡 A Day A Gorilla Gives A Banana는 사카모토의 말대로 프랑스의 인상주의적 감촉을 지닌 곡. 짧은 시간에 다이내믹스가 자주 변하기 때문에 녹음 레벨을 나누는 방법이 어려웠다고 회상하고 있다. 원래 1978년 PARCO의 텔레비전 CM에 사용된 것으로, 첫 수록된 앨범은 Media Bahn Live이다. 후에 원곡이 베스트앨범 CM/TV에 PARCO-フェイ・ダナウェイ「アニマル」라는 곡명으로 수록되었다.
• Rain은 마지막 황제의 수록곡으로 바이올린은 데이비드 나디안(David Nadien)의 연주. 이 앨범을 위해 다시 편곡했기 때문에 원곡보다 길어졌다.
• 3번째 곡 Bibo no Aozora(미모의 푸른 하늘)는 Smoochy 앨범에 첫수록된 곡으로 원곡은 힙합풍이지만 여기서는 조용한 분위기로 편곡되었다. 사카모토에 의하면 이 곡을 이탈리아에서 연주하면 열광적인 반응이 돌아온다고 한다. 앨범 '/04'에서도 같은 편곡으로 재수록되고 있다. 2006년 영화 '바벨'에서 사용되었다(테이크는 '/04' 버전이라 생각된다).
• 4번째 곡 The Last Emperor는 사운드트랙 '마지막황제' 수록. 이 곡이 앨범의 최대 다이나믹 레인지가 되도록 전체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 5번째 곡 1919는 본 앨범에서는 유일한 미발표곡. 곡 전반에 레닌의 크렘린 연설 샘플링(1919.3.23.)이 깔려있는데, 사카모토는 랩이라는 위치로 이용하고 있다. 노래 제목은 이 연설이 1919년에 이루어진 것에서 붙여졌다. 드럼 없이 테크노적인 표현을 시도하고 있다. 끝없이 반복되는 모티브가 인상적으로, 기본은 3/4박자로 쓰여졌는데 첼로와 바이올린의 프레이즈는 4/4박자로 진행되는 폴리리듬적인 작품이다. 현악기의 활에 의한 소음과 불안한 느낌의 연주는 러시아 혁명 당시의 긴장된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도중에 나타나는 Jaques Morelenbaum의 멋진 첼로 솔로는 꼭 들어봐야 할 포인트이다. 미츠비시 전기의 휴대 전화 CM곡으로 사용되어 사카모토 본인도 등장했다.
• 6번째 곡 Merry Christmas Mr. Lawrence는 사운드 트랙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수록. 원곡을 거의 충실하게 재현하고있다.
• M.A.Y. In The Backyard는 '음악도감'의 수록곡으로 오리지널보다 연주 스피드가 조금 빨라졌다.
• The Sheltering Sky은 사운드트랙 '쉘터링 스카이' 수록. 바이올린은 David Nadien. 원곡을 거의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 A Tribute To N.J.P.은 앨범 '음악도감'수록. 중간부가 원곡보다 길다. 또 원곡과 마찬가지로 백남준의 목소리가 사용되고 있다.
• High Heels (Main Theme)는 사운드트랙 '하이힐' 수록. 원곡을 거의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 青猫のトルソ는 앨범 스무치 수록. 원곡보다 다소 느리게 연주되고 있다.
• The Wuthering Heights는 사운드트랙 '폭풍의 언덕' 수록.
• Parolibre는 앨범 Futurista 수록. 바이올린은 Barry Finclair. 원곡을 거의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 Acceptance (End Credit) - Little Buddha는 사운드트랙 '리틀 부다' 수록. 원곡보다 약간 짧게 편곡되어 있다.
• Before Long은 앨범 네오지오 수록. 바이올린은 Barry Finclair. 새로운 중간부가 추가되어 있다.
• Bring them home은 앨범 스무치 수록. 원곡을 거의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최초 발매시 일본반은 총 16곡, 해외반은 총 12곡으로, 해외반에는 일본반의 13번째 곡 이후가 미수록되어 있다. 다만 해외에서 '11년에 출시된 리마스터반(KAB 0000-5)은 총 16곡이 수록되어 있으나, 16번째 곡이 일본반과 다르다(일본반은 Bring Them Home, 해외 리마스터반은 Self Portra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