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류이치와 사운드 아티스트 테일러 듀프리(Taylor Deupree)의 첫 콜라보레이션 앨범으로, 2명의 음악적 대화가 만들어 내는 피아노와 일렉트로닉스의 고요한 상상적 음향 풍경을 그려내는 작품. Alva Noto, Fennesz, Christopher Willits로 이어져 온 사카모토 류이치의 해외 유명 전자 음악가들과의 협업, 마침내 '마이크로스코픽 사운드'라는 말로 표현되는 독자적 소리의 세계를 구축해온 12k 레이블의 테일러 듀프리와 콜라보가 실현되어 발표되었다.

사카모토의 근작으로 이 앨범을 닮은 것을 꼽는다면 Alva Noto와의 Summvs, Christopher Willits와의 ANCIENT FUTURE가 가까운 작풍이다. 이번 작품 Disappearance의 특징은 앞서 말한 과거 작품과 비교해 물음(物音), 비악음(非楽音)이 많이 채워진 것이다. Summvs에서도 물음(物音)의 녹음은 희미하게 담겨 있었지만 이번 작에서는 그 존재감, 비중이 더 크고, 부스럭부스럭 등 눈에 띄는 소리로 들려오는 부분도 있다.
또한 피아노도 연주되고 있지만 단편화가 진행되고 있어 Insen 시절에 눈에 띄게 들렸던 프레이즈, 하모니의 아름다움은 조금 밖에 찾을 수 없다. 내부 연주법도 섞여 이번 작품에서의 피아노 소리는 몇 안 되는 반짝임, 빗방울의 자취와 같은, 어디까지나 지나 사라져 가는 것, 공기 속으로 희석되어 가는 안개처럼 덧없는 존재감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사카모토의 작품 중 음악이란 대기, 공기를 통해 있다는 인상이 가장 짙은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듣는 주체, 듣는 귀가 소실된 후(음악을 누리는 지적 생명체의 멸종 이후....?)에도 음악은 존재하는가? 라고 하는 앰비언트 뮤직의 영속성에 관한 물음에 통상적인 의식 궤도를 넘어선 원대한 물음이 라이너 노트에서 전개되고 있다.

4번째 곡 This Window는 2012년 4월, John Zorn이 디렉터인 뉴욕의 퍼포먼스 스페이스 'The Stone'에서 진행된 라이브 음원.
5번째 곡 Curl To Me는 면도날 소녀(剃刀乙女)로 2010년에 데뷔한 아오바 이치코(青葉市子)가 심장소리와 보이스로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