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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류이치, 심연을 울리는 피아노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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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000회 작성일1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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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류이치가 10년 만에 국내 팬들과 다시 만났다. 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두 차례의 공연은 '사카모토 류이치'라는 이름이 여전히 음악계에서 중요한 이름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2009년 앨범 '플레잉 더 피아노(Playing the Piano)'에 이어지는 월드 투어의 일환인 이번 내한공연은 사카모토 류이치가 두 대의 피아노로 만들어내는 마법의 순간을 선사했다. 

 

어둠의 장막을 걷어낸 무대 위에는 두 대의 그랜드 피아노가 점대칭으로 마주보고 있었다.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는 기침 소리를 가르며 어둠 속에서 사카모토 류이치가 무대 왼쪽의 의자에 앉았다. 반대편 의자는 공연이 끝날 때가지 비어 있었다. 연주자 없는 디스클라비아 피아노의 건반은 미리 프로그래밍된 연주를 들려주었다. 

 

공연 도입부는 최근작 '아웃 오브 노이즈(Out of Noise)' 수록곡들이었다. 현대음악에 가까운 미니멀리즘과 자연음을 전자신호로 변형시킨 노이즈, 앰비언트 사운드가 추상적인 미니멀리즘 그래픽과 어우러져 지구온난화와 환경문제를 언급하는 앨범의 콘셉트를 전달했다. 

 

'아웃 오브 노이즈'의 실험적이고 난해한 순간이 지나자 사카모토는 "안녕하세요. 류이치 사카모토입니다"라며 우리말로 인사를 건넸다. 팬들에게 친근한 곡들이 이어졌다. 앨범 '플레잉 더 피아노' 수록곡들이었다. 그의 곡 중 가장 유명한 'The Last Emperor' 'Merry Christmas Mr. Lawrence'로 본 공연은 끝을 맺었다. 인기가 높은 만큼 객석의 박수도 뜨거웠다. 

 

앙코르 요청 속에 다시 무대에 등장한 사카모토는 디스클라비어 피아노와 함께 색다른 공연을 펼쳐 보였고, 두 번째 앙코르 연주로 래퍼 MC스나이퍼를 초청해 '언더쿨드(Undercooled)'를 연주했다. 반전과 평화를 노래하는 이 곡은 공연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묘한 부조화를 이루며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첫 공연에 들른 팬들과 사카모토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이날 연이어 열린 오후 8시 공연의 마지막 곡은 사카모토의 'BTTB' 앨범 수록곡 '아쿠아(Aqua)'였다. 공연 실황은 소셜미디어 ‘유스트림’으로 생중계돼 현장을 찾지 못한 팬들을 달랬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사려 깊고 철학적인 연주는 100여분간 관객들에게 마법의 순간을 안겨주며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