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MC스나이퍼, 이라크 파병 안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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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977회 작성일11.02.18본문
MC스나이퍼, 2년 반 동안 e-메일 우정 공개
“MC스나이퍼, 이라크에 파병되지 않길 바라요.”
1988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거머쥔 ’일본 음악계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54)가 국내 힙합가수 MC스나이퍼에게 보낸 e-메일 내용이다.
8월11일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마친 MC스나이퍼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년 반에 걸친 사카모토와의 e-메일 우정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두 사람은 2004년 사카모토가 작곡하고 MC스나이퍼가 작사한 노래 ’언더쿨드(Undercooled)’를 듀엣으로 취입, 한 달간 현지에서 함께 활동하며 인연을 맺었다. MC스나이퍼는 사카모토를 ’선생님’이라 부른다.
“선생님과 작업 후 3집을 냈고 곧이어 2004년 6월부터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했어요. 선생님께 공익근무요원을 설명할 길이 없어 그냥 군입대한다고 했죠. 소집해제 1주일 전 선생님께서 ’이라크에 파병되지 않길 빌며 아픈 데 없이 군복무를 잘 마치길’이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셨어요. 한국도 이라크 파병국이어서 걱정되셨나봐요. 따뜻한 말씀에 감동받았지만 공익근무요원인데 이라크에 파병될까 걱정하셔서 웃음도 나더군요.”
MC스나이퍼는 사카모토와 인연을 맺기 전 해프닝도 소개했다.
“2003년 겨울 ’사카모토 류이치입니다’로 시작된 한통의 e-메일을 받았어요.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는데 누가 장난치는 줄 알고 삭제했죠. 이후 제 소속사인 포니캐년 코리아에서 사카모토가 직접 연락했다는데 못 받았느냐고 물어 진짜인 줄 알았습니다(웃음).”
MC스나이퍼는 2집 수록곡 ’베이비 돈 크라이(Baby Don’t Cry)’에 사카모토의 ’더 셸터링 스카이(The sheltering sky)’란 곡을 샘플링했다. 이 노래를 들은 사카모토는 “목소리가 건강하고 애절하다. 또 두 나라의 역사적 관계가 있으니 한국의 래퍼와 작업하고 싶다”며 MC스나이퍼에게 한국어 피처링 제의를 했다. 당초 사카모토는 한국과 프랑스의 래퍼에게 제의했으나 5~6가지 버전으로 편곡 및 녹음해 보낸 MC스나이퍼의 열정에 감탄, 프랑스 래퍼의 노래는 들어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선생님은 뉴욕에 주로 계시는데 그때 일본에서 선생님과 술잔을 꽤 기울였어요. 선생님은 ’아버지뻘인 고 백남준 비디오 아티스트, 친구뻘인 사물놀이의 대가 김덕수와의 작업에 이어 아들뻘인 MC스나이퍼와 함께 했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아티스트 끼리는 친분을 유지해야 한다. 한반도의 긴장이 여전히 있는데 아티스트끼리 노력해서 세계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MC스나이퍼는 “선생님은 뉴욕에 놀러오라고 하신다. 밥 사주신다고. 내가 가끔 소주를 보내드리기도 한다”며 “선생님은 전세계적으로 친구들이 많다. 어린 친구들과도 통하는 따뜻한 분이다”라고 했다.
1978년 첫 솔로 음반 ’사우전드 나이브즈(Thousand knives)’를 발표하고 이후 3인조 테크노 그룹인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를 결성해 대중적인 인기를 끈 사카모토는 ’마지막 황제’의 아카데미 수상과 함께 세계적인 영화음악가로 인정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