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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의 '포스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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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906회 작성일1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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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가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류이치의 오페라를 위해 쓴 글이 책으로 나왔다. 책 이름은 '포스트맨'(문학동네刊).
 
사카모토 류이치가 1999년 일본 무대에 올렸던 오페라 'Life'는 음악과 노래,춤과 영상이 뒤섞인 실험적인 작품. 오페라에 쓰일 글을 부탁받은 무라카미 류는 2년 동안 사카모토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의논한 끝에 '포스트맨'을 완성했다.

 
이 글은 오페라에서 성악가 호세 카레라스가 낭독했다.
 

'죽은 편지들을 배달하는 우편배달부의 독백(Monologue of the Dead Letters Postman)'이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전쟁의 상흔을 가득 안고 있는 땅에서 편지를 배달하는 우편배달부의 이야기다.
 

"수많은 편지들이 지금, 내 품에 안겨 잠들어 있다. 나는 마치 갓태어난 아기를 안듯이 편지다발을 이렇게 끌어안고 있다. 아마도, 아직 당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것이다.
 

그 편지다발도, 거기 씌어진 수많은 나라의 문자도, 그 필적도, 아직 당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20세기에 씌어져, 아직 전해지지 않은, 수많은 편지."
 

우편배달부는 열차를 타고 가다가 열차 안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는 편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하고는 "그 편지는 음악에 반응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또 모든 것이 타버린 동방의 도시에서 한 여자아이는 전쟁터에 있는 아버지에게 전해달라며 불에 탄 편지를 맡긴다.
 

수많은 사람들의 편지를 들고 끓어오르는 바다를 지나가던 우편배달부는 '편지는 음악에 반응한다'는 그 남자의 말을 떠올린다. 그러자 그 문장과 편지들은 끓어오르는 바다 속에 잠기면서 잘게 나누어져 분자가 된다. 분자는 단순한 기호로 변하고 다시 알파벳과 같은 모양으로 거듭난다.
 

"당신은 문자를 적어나간다. 그것이 신호로 변해간다. 편지는, 누군가의 손에 전해지는 순간, 그에게 새겨지고, 변화하고, 또 진화한다.
 

이 우주 전체에도, 우리의 몸 세포 하나하나에도 분리하고, 결합하고, 변화하고, 진화한 신호가 가득차 있다"
 

작가는 전쟁의 땅과 그 땅에서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편지를 전하면서 그 편지가 하나의 거대한 신호를 만든다고 말한다. 그 신호는 사람들에게 평화와 생명을전한다.
 

이 글은 무라카미 류의 책에 삽화를 그려왔던 일러스트레이터 하마노 유카의 그림과 만난다. 작가의 글이 주는 환상적이면서도 음울한 느낌을 연두색과 하늘색 등파스텔톤의 색깔과 살아있는 연필선으로 잘 표현했다. 양억관 옮김. 104쪽. 8천8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