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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류이치 CD ‘energy 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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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862회 작성일1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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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분들께 드리는 치유의 멜로디’. ‘실크로드’나 ‘마지막 황제’ 음악으로 유명한 사카모토 류이치의 CD ‘energy flow’의 광고가 그랬다. 재작년 CD 종합 판매 1위를 차지해 일본 전 가수들을 석죽인 대히트작. 새삼스레 지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요즘 우연치 않게 이 CD의 성분 분석 자료를 봤는데, 혼자 알기 아까웠기 때문이다. 

 

비법이란 뭐냐? 바로 마음과 몸의 피로를 ‘과학적’으로 치료해준다는 걸 내세우는 거다. 오래전부터 난 모든 장사에 ‘머리가 좋아지는 ○○’ ‘건강이 좋아지는 ○○’를 내세우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주장해왔다. sbs ’머리가 좋아지는 TV'를 하자고 한 것도 나다. 머리 좋아지고 건강해진다는데 솔깃 안할 리가 없다. 

 

문제는 설득력인데, 여긴 ‘과학’이 필수적이다. 요즘 일본에서 히트한 ‘다이어트 운동화’의 경우 똑같이 뛰고 걸어도 왜 칼로리가 더 소비되는지 신발을 자른 단면도까지 앞세워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0~3세 아기들을 위한 머리가 좋아지는 음악’도 그 중 하나인데, 솔직히 난 왜 세살 아기가 ‘아를르의 연인’을 들으면 좋은지 납득이 안됐다. 

 

헌데 ‘energy flow’는 이 장사법을 정말 제대로 납득시킨다. “아름다운 음악에 알파파의 신호를 합쳤다는 것”이 놀라운 효과의 근거다. 알파파는 마음과 몸의 피로를 치유하는 릴랙션의 엑기스인데, 그 주파수가 ‘슈만 레저넌스’에 조정된다. 7~13Hz인 ‘슈만 레저넌스’는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편안함’ ‘흔들림’이고, 뇌가 이 자극을 받으면 몸의 릴랙스 조건이 최적으로 된다. 결국 알파파 성분이 많아야 뇌가 ‘슈만 레저넌스’에 동조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 설명에 사카모토 류이치의 이름이 있으면 주머니 돈은 움직인다. 일본의 어마어마한 인구는 이 음악을 들으며 피로를 덜었다. 우리도 대중문화 각 부문에 그럴듯한 과학이론을 도입하고 ‘머리가 좋아지는’과 ‘건강이 좋아지는’을 대입해 보시길. 얼마든지 많은 게릴라 히트작들이 가능할 것이다.  

 

( 이규형 / 영화감독 )